최신뉴스글감

유럽,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 강화: 경제·기술 안보 '적신호'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유럽 전역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기술적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에 개방적이었던 유럽은 이제 자국 산업 보호, 핵심 기술 유출 방지, 그리고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탈중국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재부터 네덜란드의 핵심 반도체 기업 국유화에 이르는 일련의 조치들은 유럽연합(EU)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 의식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전략적 변화의 시작으로 풀이됩니다.

프랑스, '패스트 패션' 쉬인에 강경 대응…자국 산업 보호에 총력

프랑스는 최근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이어가며 자국 패션 산업 보호와 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쉬인은 올해에만 프랑스 정부로부터 총 2,780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현재는 사이트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정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제재의 직접적인 발단은 쉬인 플랫폼에서 성인용 아동 인형이 판매된 사건이었으나, 이면에는 쉬인의 사업 방식과 그로 인한 프랑스 시장 교란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쉬인은 초저가 의류를 대량 생산하고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 모델로 전 세계적인 성장세를 구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환경 오염, 노동 착취 논란과 더불어, 자국 섬유·패션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특히 지난달 파리 시청 인근의 유서 깊은 BHV 백화점에 쉬인의 세계 최초 오프라인 상설 매장이 개장했을 때, 현장에서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오픈런' 행렬과 함께 쉬인 입점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BHV는 프랑스 명품의 상징인데 쉬인을 두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파리 시민의 목소리처럼, 프랑스 국민과 상인 연합회는 쉬인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고발을 잇따라 제기하며 자국 브랜드와 일자리 보호를 위한 전면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 프랑스 패션 산업 관계자는 "쉬인과 같은 초저가 플랫폼은 프랑스 패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창의성과 장인 정신이 존중받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연합, 소액 소포 관세 부과 및 유통망 장악 시도 제동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적으로도 중국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150유로 미만 소액 소포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전면 폐지하고, 가격과 상관없이 소포 한 개당 5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럽 시장 유입을 촉진했던 관세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역내 기업과의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EU 또한 2028년부터 이와 유사한 소액 소포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으나, 프랑스가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자국 시장 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또한,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동닷컴(JD.com)의 유럽 시장 진출 시도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징동닷컴은 프랑스 최대 유통회사 중 하나인 프낙 다르티(Fnac Darty)의 지분 22%를 인수하여 2대 주주가 되려 했습니다. 프낙 다르티는 전자제품과 서적을 동시에 판매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유통 채널로, 징동닷컴이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유럽 내 막강한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고객 정보의 중국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제재에 나섰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민간 기업의 경영권에 직접 개입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징동닷컴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준의 지분 인수는 불가하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결국 징동닷컴은 조건을 수용하고 2대 주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유럽이 자국의 핵심 인프라와 소비자 데이터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네덜란드,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위한 '긴급권' 발동…국가 안보 위협 대응

유럽의 '탈중국화' 움직임은 단순히 경제적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 보호 분야에서 더욱 강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넥스페리아(Nexperia)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가 전례 없는 '긴급권'을 발동하여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넥스페리아는 중국 기업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네덜란드 정부는 국가 전략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이러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네덜란드 법원 또한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여 이례적인 국유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전시 상황에서나 발동될 법한 강력한 정부 개입으로, 유럽 국가들이 핵심 기술 보호에 얼마나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는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조치는 유럽이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통신 인프라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발맞춰 중국 화웨이(Huawei) 장비의 배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신 노키아(Nokia)와 같은 유럽 기업 제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5G 네트워크를 비롯한 핵심 통신망의 보안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고, 사이버 안보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EU의 '디리스킹' 전략, 경제적 의존성 축소와 공급망 다변화

유럽이 이처럼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경제적, 전략적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심화되는 무역 불균형입니다. 지난해 유럽이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총 5,200억 유로(약 884조 원)에 달하는 반면,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2,133억 유로에 불과하여 약 3,000억 유로(약 52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 익숙해지면서 무역 적자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유럽 내 기업들의 매출 감소와 함께 산업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유럽 내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에 유럽연합은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공식화하고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성을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완제품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나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같은 핵심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EU는 30억 유로(약 5조 원) 이상을 투자하여 역내 제련 및 광물 채굴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환경 오염 등의 이유로 중국에 위탁했던 핵심 광물 가공 사업을 다시 유럽 내로 가져와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전략적 자율성 강화

유럽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에너지 자원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외부 세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에너지 안보 문제를 넘어, 중국의 저가 제품과 핵심 원자재에 대한 의존이 유사시에는 경제적,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러시아로부터의 교훈을 바탕으로 '전략적 자율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방, 에너지, 보건, 그리고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고,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경제 및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합니다.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decoupling)'보다는 '디리스킹'을 강조하며 점진적인 의존도 완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그 핵심 목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유럽의 미래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한 연구원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유럽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는 중국 의존도에 대한 경각심으로 이어졌다"며 "유럽의 '탈중국화'는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국가 안보와 번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탈중국화' 노력의 성과와 남겨진 과제

유럽 국가들의 '탈중국화' 노력은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대중국 무역 규모는 실제로 감소했으며, 무역 적자 규모 또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유럽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탈중국화'의 완전한 성공까지는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이미 지나치게 높아진 중국 의존도를 단시간 내에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럽은 원자재부터 중간재, 최종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중국 공급망에 깊이 편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매년 3,500억 유로(약 600조 원) 규모의 유럽 상품을 구매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유럽 기업들이 이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은 자립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약점도 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정적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 기지 구축이나 핵심 기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탈중국화'가 단기적인 '분리(decoupling)'가 아닌, 중장기적인 '위험 분산(de-risking)'의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보다는, 핵심 분야에서의 취약성을 줄이고 의존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며,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다변화하는 복잡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 새로운 국제 질서 속 유럽의 길 찾기

유럽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의존도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국가 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의 쉬인 제재, 징동닷컴의 유통망 장악 시도 저지, 네덜란드의 넥스페리아 경영권 확보 등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극적 경험을 통해 외부 의존성의 위험을 절감한 유럽은 이제 더 이상 저렴한 가격만을 좇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가치와 안보를 우선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럽의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제 정세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용어해석

  •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최신 유행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의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대량 생산, 짧은 주기의 신제품 출시가 특징입니다.
  • 무역 불균형(Trade Imbalance): 특정 국가 간의 수출액과 수입액이 크게 차이나는 상태.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를 '무역 적자'라고 합니다.
  • 공급망 다변화(Supply Chain Diversification):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부품, 서비스 등의 공급처를 여러 국가나 지역으로 확대하여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 지정학적 리스크나 재해 발생 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디리스킹(De-risking): 국제 경제 및 정치 환경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성을 줄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 '탈동조화(Decoupling)'처럼 관계를 완전히 끊기보다는 위험 요소를 관리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국가나 연합체가 국방, 경제,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외부 세력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특히 유럽연합이 대외 정책에서 추구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입니다.

발행일: 2025년 12월 5일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